달청춘프로젝트 첫번째 가내수공업 '이불' 작업기

2021. 3. 28. 15:58달청춘프로젝트/가내수공업 Par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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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부터 작곡을 해왔지만 졸업 이후엔 작곡으로 돈을 벌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유명 기획사나 아티스트에게 데모를 보내려면 어느정도의 완성도 있는 편곡과 믹싱,

그리고 마스터링이 모두 갖춰져 있어야 했기에

오히려 음악을 함께하던 친구들과는 안부나 물으며, 각자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 하기 바빴다. 

 

우리들은 각자 직장이 생기거나 책임져야할 가족들이 생기는 등

각자의 시간에 쫓겨 바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스물이 저물어가는 시점, 우리는 음악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서로에게 물었다. 

음악을 한다는 것보다 우리의 음악을 만들어 나아가보자는 취지였다. 

 

이때 "가내수공업"이라는 슬로건으로 음원을 준비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게 지금 달청춘프로젝트 싱글 앨범명이 되었다.

 

당장 삶이 윤택하다거나 부유한 삶은 아니었지만, 

대학을 졸업한 시점보다는 여유가 있었기에 우리는 매월 조금씩 돈을 모았다. 

그리곤 각자 가지고 있는 곡을 꺼내 발표할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곡으로 확정된 노래는 '이불' 이었다.

 

'이불'은 서울 상경 후 할머니께서 주셨던 이불이 많이 오래되어 버리게 되었는데,

마지막으로 이불을 덮고 잤을 때의 감정을 가사로 옮겨 담았던 노래다. 

 

이 가사의 주인공이 할머니임을 명시하고 싶지 않아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는 

이야기로 가사를 풀어갔던 노래다. 

 

녹음실은 셀프로 엔지니어 없이 사용 가능한 녹음실을 빌렸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녹음을 마치고 집에서 뚝딱뚝딱 서툰 음악을 조립해갔다. 

 

셀프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진행중인 달청춘프로젝트 이영준

곡 작업이 마무리 되어갈 때즈음 나는 영상 작업에 한창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뭘 어떻게 찍어야할지 무엇을 담아야할지 구체적이지 않았지만, 

뮤직비디오도 직접 작업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비스킷 웍스 멤버인 정우라는 동생과 함께 녹음을 진행했던 영준이를 불러

'사랑하는 이를 잊지 못하는 A, 그리고 반복되는 하루하루' 라는 두루뭉실한 컨셉으로

촬영을 위해 대여한 스튜디오 그리고 서울시 관악구 동네에서 하루간 촬영을 진행했다. 

모든게 어색했다. 슬레이트를 치고 "액션!" "컷!" 등을 외치는 행위가 우스꽝스럽기도 했다. (사실 이건 지금도 그렇다.)

 

달청춘프로젝트 싱글 1집 뮤직비디오 주인공 김정우 / 달청춘프로젝트 멤버 이영준

마지막 장소였던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작업을 마무리해가고 있었다.

 

음악과 영상 모두 퀄리티도 전달력도 너무도 아쉬웠다.

정말 이걸 내야할까? 조금 더 준비하고 꺼내도 되지 않을까?  

멤버들에게 수만번 질문을 던졌다. 

 

"우선 해보자" 라는 결정이 내려졌고,

"아쉬우니까 계속하게 될거야 "라는 멤버들의 말에 힘을 입어 앨범을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싱글 3집까지 낼 수 있었던 건 모두 멤버들이 있었기 때문일거다. 

 

매 작업마다 쉬운 순간은 없고 순탄하지만은 않은 날들의 연속이지만 

무언가 마무리 했다는 묘한 시원함이 작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달청춘프로젝트 싱글 1집은 2018년 12월 처음 발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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