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마련 도전기 - 1편 "우리는 어디서 살아요?"

2026. 1. 12. 21:27Daily/기록 또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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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가 되고 나서야 알았다. 잔인한 자본주의 세상을.

생각해보면, 참 쫓기는 게 일상이었던 20대였다. 관악구 신림동에서 반지하, 원룸, 멘션을 전전하며 ‘좋아하는 일을 하면, 또 잘되면 돈은 따라오리라’ 믿었다. 하지만 건물 철거, 불법 건축, 전월세 인상 등 다양한 이유들로 쫓겨 다니던 어느 날, 코로나가 닥쳤고 본격적인 집값 상승이 시작됐다. 당시 집값이라 함은 아파트뿐 아니라 빌라, 다세대까지 모두 포함한 ‘시장 전체’였다. 집주인은 들어오겠다며 집을 나가달라고 했고, 당장 내 돈으로 갈 수 있는 매물은 없었다.


선택지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어떻게든 버티거나 둘 중 하나였다.


아마 그때 처음 부동산 시장을 제대로 들여다본 것 같다.

정부에서 돈을 풀고,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동전의 양면

대한민국의 주택 보유 비율은 24년도 기준 57%라고 한다. 전국민의 절반하고 조금 더 본인의 주택을 보유 하고 있다는 뜻이다. 무주택이라 함은 모두 집값이 떨어지길 바랄 것이다. 나도 그렇고 집이 없던 현재의 유주택자들도 그랬을 것이다. 절반의 사람들은 또 떨어지길 원치 않을 것이다. 정부는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상황을 바라겠지만 현금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게 되니 결국 점진적 우상향일 것이다. 결국 내가 바라보고 싶은 세상만 볼 것인지 힘들더라도 반대편을 볼 것인지 결정해야만 했다. 



MBTI ‘F’였던 내가 점점 ‘T’가 되어 갔다.
서두가 길었는데, 그 집에서 어찌저찌 버틸 수 있게 되면서 만기 일자를 조금 늦출 수 있었다. 그 사이 자산시장 공부도 하고, 음악·카메라·그림 등 여러 예체능 꿈을 못 버리고 모았던 장비들도 하나둘 정리하며 목돈을 마련했다. 그리고 25년 4월, 출퇴근 동선과 강남 거리 등을 기준으로 여러 아파트를 모색하던 찰나 눈에 들어온 몇몇 아파트들이 있었다.

25년 5월 즈음 집을 보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부동산에서 집을 잘 보여주지 않았다. 뭔가 사면 안 될 것 같은 시그널을 자꾸 보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에게 팔려고 그랬던 것 같다.

 

6월엔 미국에 가야 할 일이 생겨서 “우선 계약금이라도 걸 테니 사고 싶다”고 다시 한 번 전화를 남겼지만, 미국에 있는 동안에도 소식은 없었다. (아실을 보니 미국에 있는동안 내가 보던 가격보다 2억정도 더 얹어져 거래되었다) 


 

정권 교체 그리고 멀어지는 내집마련 
6월 27일 대책으로 대출 규제가 시작됐다. 대출이 묶이기 직전, 5월에 보던 그 집은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상승했다.다시 후보군에 올려뒀던 다른 아파트들을 살펴보다가 10월, 마음에 드는 아파트에 매물이 하나 올라왔다. 이때는 너도나도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아서 제법 눈치 싸움이 심했다. (서로 당장 계좌이체 하려하고... 부동산에 발 먼저 놨다며 땅따먹기 하던 말도 안되는 순간들이 있었음) 

가격이 조금 애매했지만 집주인이 깎을 기미가 없어 보이는 매물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급매로 돌리게 됐다”는 부동산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말 그대로 급매였다. 급하게 입주를 해야 했고, 현재 집주인도 최소 3개월의 시간은 확보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

'갭을 끼고라도 우선 사두고, 이후 만기 시 입주하면 어떨까…'


고민하던 찰나, 이미 집은 다른 사람의 퀵실버 같은 선송금으로 인해 무산되었고

이틀 정도 지나 망할놈의 세상 10·15 대책이 발표되었다.

 

이쯤되니 이제 정부가 나같은 30대들을 말려 죽일려고 그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기득권들은 모두 고령자들이었고 최근 공개된 정부 사람들의 부동산 장표를 보니 앞날이 캄캄하게 느껴졌다.

20~30대를 위한 정책이 있었다고 느낀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기대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기억하자 그들은 우리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사막에서 네잎클로버 찾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까지 12개 시·군을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으로 묶었고, 생애최초가 아닌 경우 대출을 LTV, DSR 40%로 확 조이게 되었다. 게다가 토허제(토지거래허가제)인 경우 6개월 이내 전입을 해야 했기에, 급매가 올라오더라도 이제 갭을 끼고 구매하는 것은 절대 불가했다.

갭 거래가 불가하니 갭 거래 매물이 몽땅 빠졌고 서울·수도권의 매물은 당장 거래 가능한 (약 3~6개월 텀) 몇개 안되는 매물만 남게 되었다. 실수요 입장에서는 “문제가 없겠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KB나 네이버페이 부동산에 매물이 없으니 팔려는 사람들은 더 기세등등해졌다. 부르는 게 가격이 되었고, 6억대 아파트가 순식간에 8억~9억대 호가로 고공행진했다.

 

그 와중에 급한 실수요자들이 하나둘 구매하다 보니, 없던 매물조차 조금씩 씨가 말라가기 시작했다. 나도 이전에 놓친 급매 매물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했지만, 이제 포기해야 하나 싶던 찰나 급매 정도의 가격은 아니지만 제법 괜찮아 보이는 물건이 하나 올라왔다. 평일이었지만 부동산에 연락드리고 집을 바로 보게 되었다.

선호 타입도 아니었고 작은 평형이었지만 준신축에 해가 잘 들고, 나름 타워형으로 잘 빠진 아파트였다. 상경해서 지금까지 습하고 어둡고 곰팡이 나는 집에서만 살아봐서, 해가 잘 드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였다. 결정을 당일 바로 내리긴 어렵다고 판단했고, 후보군에 올려놨던 다른 아파트들도 있어 몇 가지 계산을 더 해보기로 했다.

1) 강남과의 거리 (차량/대중교통)

2) 주변 학군

3) 근처 편의시설 (병원, 마트, 스타벅스)
4) 아파트 및 재개발/리모델링 단지
5) 아파트 내 커뮤니티 및 편의시설

이틀 정도 지났을까 정말 잠도 설쳐가며 계산기를 두드리다 결국 구매를 마음먹었다. 그럼에도 금액을 조금이라도 낮춰보고자 가격 흥정을 몇 차례 시도했지만 이전에 구매를 취소한 사람으로 인해 이미 한 번 깎인 가격이었기 때문에 흥정은 실패했다. 하지만 부동산에서 복비를 어느 정도 합의해주신 덕에 계약을 결심했다.

그리고 앞에 닥친 토허제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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