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24. 01:09ㆍDaily/뭔가 하는 것 같은 삶
30대 직장인을 찾습니다
'오... 뭐지 난데?'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구글폼 링크를 타고 신청서를 작성했던 기억이 난다.
<30대 직장인을 찾는다>는 글이었던가...? 신청서를 올렸다는 사실도 잊고 그냥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오고 있던 어느 날
근무 중 문자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Pixid PD이고 출연 의사가 있다면 답장을 달라는 것.
촬영일은 당장 일주일 뒤였다. 당일이었나 다음날이었나... 바로 온라인으로 인터뷰가 잡혔다.
Zoom으로 PD두분이 들어왔고 이것저것 질문을 주고 받았다. 인터뷰를 마치는 시점에 될지 안될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있고
여러 질문에 썩 유쾌한 답변을 한 것 같진 않았던터라 이후 연락이 없을거라 생각했다.
이틀 뒤 문자 한통이 와있었다. '기획 방향과 달라 모시지 못하게 되었다...'고 예상했던 결과라 생각하고 '감사합니다 즐거운 오후 되세요~' 라고 답장했다. 그리고 얼마 후 바로 답장이 왔고 다른 분과 헷갈려 안내가 잘못 나갔다고 연락이 왔다.
다른 분이 캔슬되어 내가 된건지... 정말 연락이 잘못갔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인터뷰 당시 이미 일정은 비워둔 상태였고
이전 연락으로 마음이 상한 것도 아니었던터라 참여하겠다고 답변드렸다.
이후엔 카카오톡으로 일정 장소 이것저것 주의사항들과 함께 메시지가 왔다.
어몽어스!
5명의 참가자 중 범인을 찾는 게임. 이전에 Pixid 영상을 몇개 재밌게 봤었다. 대부분 범인인 연예이인이었는데, 이번에도 연예인이 오는걸까? 약간의 들뜬 마음으로 촬영 당일이 다가왔다. 촬영 당일 오후 2시부터 촬영이 예정되어 있었고 나는 KWDC23 컨퍼런스 준비가 한창인 시기였다. 참가자의 연령대도 연차도 알 수 없었다. 주제도 제대로 정하지 못한 상황이라 꽤나 머리가 복잡한 상태였다. 오전부터 촬영지 주변 스타벅스에서 발표 자료를 조사하고 문서 폼에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1시 50분... 스타벅스를 나와 이전에 카톡으로 찍어주셔서 받은 좌표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갈까요?"라고 물었고 "밖에서 기다려주세요~" 라는 답장이 왔다.
PD두분이 반겨주셨고 나를 어느 카페로 데리고갔다. 이때까지만해도 뭔가 위험한 일에 휘말리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깐했는데
손에 들고 계신 마이크랑 안대를 보고 안심했다. 카페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주시곤 참여자가 모두 서로를 몰라야하기 때문에 대기실과 카페에 흩어져있다고 말씀주셨다.
마지막으로 오픈채팅에 나를 초대해주셨고 닉네임을 정하라는 말에 한때 프사로 설정해뒀던 영화 "노예12년"이 떠올라 프로필 명으로 설정하게 되었다. 나 자신을 노예라고 지칭하고 싶지 않지만 노동을 하고 그에 따른 급여를 받으며 생계를 유지하는게... 노예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20여분간의 대기 후에 스튜디오로 입장하게 되었다.
스튜디오 입장 전 마이크를 착용하고 안대를 씌웠다. 비행기에서 수면 안대는 몇번 써봤지만 이렇게 본격적인 안대는 처음이었다. 정말 작은 틈도 보이지 않아 PD님이 손을 잡고 길을 안내해주셨다. 잠시나마 맹인의 기분을 느꼈는데 칠흙같은 어둠이 정말 무서웠다. 게다가 스튜디오도 새까맣게 되어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자리에 착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잠시 찾아온 고요.
촬영 시작을 알리는 싸인이 오가고 안대를 벗어달라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 내가 제일 오른쪽 (바라보는 시점에선 왼쪽)에 앉아있다는 것만 인지할 수 있었고 좌측부턴 칸막이가 되어있어 뭔가 들여다 보거나 할 수가 없었다. 바로 채팅이 시작되었고 공지로 주제가 내려오면 대화를 이어가며 범인을 찾아내야했다.(따로 상품이 있거나 하진 않았다)
30대 직장인이라고 했는데 10년차 팀장급이 있었다. 정말인가 싶었는데 내 왼쪽에 구두와 슬렉스? 정장? 바지를 입은 분이 보였다. (다른건 안보여도 바지 신발은 보임) '옆에 계신분인가...?'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는 어딜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정말 핵노잼인간이다. 쓸데 없이 진지한 편인데 카톡에선 그렇지 않다.
수많은 짤을 난무하고 드립을 내뱉는 편이다. 실제 유튜브에는 안실렸지만 정말 짤을 많이 보냈다. (헛소리도 많이한 듯...)
나는야 거북왕
한의원 그리고 거북목 관리 이야기가 나오다가 요즘 모니터만 바라보다 거북목되는 것 같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저 이미 거북왕'이라고 답변했다. 갑자기 누군가 빵터졌다. 끅끅 참으며 계속 웃었다. 앞에 계신 촬영팀도 웃고 칸막이로 가려진 모두가 웃었다. 실제 영상에는 꽤 짧게 보이지만 정말 꽤 오래 웃어서 시간이 어떻게 간지 모르게 1라운드가 끝났다. 좋은 타율을 보인 드립에 뿌듯하기도 했지만 도대체 누가 웃은건지 정말 궁금했다. 사실 내 드립보다 웃어준 그 분 덕에 모두가 웃은거니까.
이후에도 이야기한 주제는 더 많았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많이 빠진 것 같다. 3라운드가 마무리되고 이제 범인을 찾는시간. 대화를 오래하다보니 '이 사람들 중에 가짜가 있다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연예인들이 범인인 영상을 많이 봤지만 이번에 특별하게 범인이 없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만큼 다들 직장인같은 바이브가 있었다.
마지막 범인 추첨을 마치고 다시 안대를 썼다가 벗었다. 칸막이는 제거되어있고 왼쪽엔 뭔가 각잡고 깎아놓은 듯한 남자가 앉아있다. 근데 두칸뒤로 또 그런 사람이 있다. 한명인줄 알았던 어몽어스의 범인이 둘이었던 것... 그리고 뭔가 아는 얼굴... '누구지... 분명 가순데...?'
제일 끝에 계시던 참여자 분이 "셔누...?" 라고 말하니 떠올랐다. 과거 지인 부탁으로 몬스타엑스 시디를 대량으로 샀을 때 받은 포스터에서 본 얼굴이라는 것. 마지막 정체가 공개되고 입틀막을 한 세번했는데, 기억의 세포가 하나씩 꺼내질 때마다 스스로 놀라서 그랬던 것 같다.
범인은 몬스타엑스 셔누님과 형원님.
촬영이 끝나고 알았는데 웃참 실패의 주인공은 몬스타엑스의 형원님이었다. 실제로 거북목 치료도 받고 있다고 들었는데, 촬영 끝나고 어디서 치료받는지 여쭤볼걸 그랬다. 실제로 뵈었을 땐 절대 거북왕도 거북목도 아니었다 그냥 귀여운 꼬부기 같은 느낌.
30대 직장인
촬영을 마무리하고 30대 직장인 포즈로 사진을 찍자며 다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 자연스럽게 배꼽자세를 취했다. 이건 진짜 몇초만에 후다닥 끝난 일이라 누구하나 다른의견 없이 한번에 이렇게 찍고 끝났다.
바로 다음 스케줄로 이동이 필요해서인지 스튜디오가 꽤나 분주했다. 급하게 휴대폰으로 셀카 인증을 하곤 대기실로 잡혀갔다.
촬영을 마치고 대기실에서 참여자분들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내가 제일 나이가 많았다. 어느새 그런 나이가 되어버렸다.
명함 교환을 하고 다시 한 번 대기가 있던 끝에 후속 인터뷰를 진행했다. 처음에 카메라를 너무 못쳐다봐서 눈이 사방팔방으로 튀었고 나 자신도 그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3~4대의 카메라가 날 찍고 있고 질문을 주시는 피디님은 카메라 위치와 조금 떨어져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촬영 결과물을 보니 표정 관리도 못하고 정말 못생기고 바보같은 내 모습이 남아있다.
여러가지 질문이 있었지만 30대 직장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진지하게 고민했다. 지금 느끼고 있는 기분을 그대로 이야기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금전적으로 쫓기지 않으면서 살고 싶어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당장의 안정감을 주지만 이게 내가 원하는 삶이 맞는지 요즘 고민이 정말 많았다. 지금도 물론 그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앞에 진행한 셔누님 형원님 인터뷰를 보면서 "나"를 잘 알고 이해하여 업에 몰두할 수 있는 삶이 참 대단하고 부러웠다. "나"는 뭘까? "나"를 정말 잘 알고 있는걸까?
참여자분들이 대기실에 있는동안 셔누님은 먼저 이동하시고 형원님 인터뷰를 마치고 나가던 길에 싸인을 받았다. (사실 받으면 안됐을 분위기인 것 같기도해서 죄송스럽기도 했다.) 너무 재밌었다고 수고하셨다고 말씀하시며 촬영장을 떠나셨다.
마치며...
누구에겐 별 것 아닌 경험일지도 모르지만 연예인, PD님들 감독님들을 포함해 다양한 업계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다. 좋은 경험을 발판삼아 더 나은 내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7월 25일(화) 몬스타엑스 셔누 형원의 유닛 앨범 <Love Me A Little> 발매 예정이라고 한다.
오늘까지 2개의 티저가 올라왔다. 비록 몬베베는 아니지만 이렇게 깨알 홍보글 남겨본다. 셔누 형원 화이팅 몬엑 화이팅~!
SHOWNU X HYUNGWON 셔누X형원 'Love Me A Little' Teaser #1
SHOWNU X HYUNGWON 셔누X형원 'Love Me A Little' Teaser #2
마지막으로 촬영 당일 기록한 나의 브이로그
정말 많은 몬베베분들이 비하인드 영상으로 많이 찾아주셨다. 분명 프로필명은 "노예12년"이었는데 댓글로 다들 거북왕이라 불러주신다.
유튜브 채널도 개설한지 정말 오래됐는데 갑자기 많아진 좋아요와 댓글이 부담되기도 신기하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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