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16. 21:47ㆍMusic/요즘 듣는 음악

한로로(HANRORO)는 “인디”라는 말로는 다 담기지 않는, 문학과 록의 감각을 동시에 가진 싱어송라이터다. 2000년 11월 11일 경상남도 마산(현 창원)에서 태어난 한지수는 국어국문학·문화콘텐츠학을 전공한 뒤, 2022년 3월 14일 디지털 싱글 〈입춘〉으로 데뷔했다.
처음 듣는 순간에는 맑고 또렷한 목소리에 먼저 마음이 끌리지만, 몇 번 더 듣다 보면 한로로의 진짜 무기는 “가사”라는 걸 알게 된다. 감정을 설명하기보다, 이미지와 문장으로 감정을 건네는 사람. 그래서 한로로의 노래는 종종 ‘한 편의 짧은 소설’처럼 남는다.
‘한로그’에서 ‘한로로’까지, 이름부터 이미 서사다
예명 ‘한로로’는 본명 ‘지수’ 때문에 고등학교 때 수학 과목 ‘지수와 로그’에서 나온 별명 ‘한로그’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다만 너무 수학적인 느낌을 덜어내고, 더 동글동글하고 말랑한 인상을 주고 싶어서 ‘한로로’로 바꿨다는 이야기까지—이름 하나에도 이미 본인의 결을 담아두는 사람이란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발음도 사람마다 [할로로], [한노로]로 갈리지만, 본인은 ‘한로로’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는 쪽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다. 결국 중요한 건 규칙이 아니라, 본인이 고른 리듬과 온도다.
우쿨렐레 하나로 시작된 데뷔 서사
한로로의 시작은 의외로 “아무것도 없어서 더 선명한” 타입이다.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가진 것이라곤 고등학생 때 부모님이 사준 우쿨렐레뿐이었다고 한다. 무료 작곡 프로그램을 설치해 노트북으로 데모를 만들고, 몇 달 만에 곡을 완성해 제출했다. 그리고 2021년 초, 소속사의 첫 연습생으로 들어가 데뷔를 준비한다.
흥미로운 건 데뷔 전 브랜딩 방향이 한 번 바뀌었다는 점이다. 하이틴 감성, 영어 가사, 깜찍발랄한 무드를 따라가려 했지만 그 옷이 본인과 완전히 맞진 않았고, 결국 한로로는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중심에 두는 쪽으로 방향을 직접 제시한다. 그 결과가 〈입춘〉으로 이어졌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문학적인 한로로’가 탄생했다.

한로로 음악의 정체성: 귀여운 얼굴, 큰 성량, 그리고 날카로운 문장
팬들이 말하는 한로로의 첫인상은 대체로 비슷하다. 작고 또렷한 이목구비에서 예상보다 훨씬 큰 에너지가 터진다는 것. 무대 위에서는 록의 추진력이 있고, 일상 콘텐츠나 소통에서는 장난기 있는 티키타카가 있다. 하지만 결국 한로로를 한로로로 만드는 건, 그 사이를 연결하는 “언어 감각”이다. 국문학 전공자다운 문장, 일상의 디테일을 비틀어 낯설게 만드는 은유, 그리고 불안과 사랑을 동시에 쥐고 가는 태도. 그래서 한로로의 노래는 ‘청춘’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아도 청춘을 정확히 찌른다.
이번에 소개할 곡이 더 특별해지는 이유
이번 포스팅에서 함께 소개할 그 곡의 가사는, 한로로라는 아티스트를 이해하기에 꽤 좋은 출발점이 된다.
“검은 눈동자의 사각지대를 찾으러 가자”, “영생과 영면의 차이”, “난 널 버리지 않아”—이런 문장들은 사랑을 달달하게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사랑이 가진 모순, 두려움, 다짐, 그리고 끝내 지키고 싶은 마음을 ‘이미지’로 꺼내 보인다. 바로 이런 지점에서 한로로의 음악은 빛난다. 감정을 크게 외치지 않아도, 문장 하나로 마음을 정확히 흔들어버리는 방식.
한로로를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먼저 한 곡을 통째로 듣고(특히 후렴에서 감정이 어떻게 쌓이는지), 다음엔 가사를 다시 읽어보길 추천한다. 멜로디로 한 번, 문장으로 한 번.
한로로(HANRORO) - 0+0 [가사/ENG/JP-lyrics]
검은 눈동자의 사각지대를 찾으러 가자
黒い瞳の死角を探しに行こう
Let’s go search for the blind spot in your dark eyes
여름 코코아 겨울 수박도
夏のココアも 冬のスイカも
Summer cocoa and winter watermelon too
혼나지 않는 파라다이스
叱られないパラダイス
A paradise where no one scolds us
앞서가는 너의 머리가
先を歩く君の髪が
Your head, walking just ahead of me
두 볼을 간지럽힐 때
両頬をくすぐるとき
When it tickles my cheeks
나의 내일이 뛰어오네
僕の明日が跳ね上がる
My tomorrow comes leaping up
난 널 버리지 않아
僕は君を捨てない
I won’t abandon you
너도 같은 생각이지?
君も同じ気持ちだろ?
You feel the same way, right?
저 너머의 우리는
あの向こう側の僕たちは
The us on the other side
결코 우리가 될 수 없단다
決して「僕たち」にはなれない
Can never truly become “us”
영생과 영면의 차이를 너는 알고 있니
永遠の生と 永遠の眠りの違いを 君は知っている?
Do you know the difference between eternal life and eternal rest?
멍든 발목을 꺾으려 해도
痣だらけの足首を折ろうとしても
Even if I try to break my bruised ankle
망설임 없이 태어나는 꿈
迷いなく生まれてくる夢
Dreams are born without hesitation
난 널 버리지 않아
僕は君を捨てない
I won’t abandon you
너도 같은 생각이지?
君も同じ気持ちだろ?
You feel the same way, right?
저 너머의 우리는
あの向こう側の僕たちは
The us beyond this side
결코 우리가 될 수 없단다
決して「僕たち」にはなれない
Can never become “us”
난 널 버리지 않아
僕は君を捨てない
I won’t abandon you
너도 같은 생각이지?
君も同じ気持ちだろ?
You think so too, right?
난 우리를 영영 잃지 않아
僕は僕たちを 永遠に失わない
I will never lose “us”
너도 영영 그럴 거지?
君もきっと 永遠にそうだろ?
You will too, forever, right?
